Yoonguevara in Bru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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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도시는 없다.
터키의 동쪽은 시리아, 이라크, 이란,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그리고 조지아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그중 시리아와 이라크는 우리나라 외교부에서 여행 금지 국가로 방문, 체류를 금지하고 있는 나라이다. '위험하다.'는 이야기와 '터키의 다른 지역보다 훨씬 대화하기 힘들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터키의 동쪽에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서 터키 친구에게 물어봤다. '터키의 동쪽은 어때?' '너무 아름다운 곳이야. 그곳은 터키가 아닌 것 같아. 그쪽에는 시리아 사람들과 다른 아랍 사람들이 많아. 모두가 위험한 사람들은 아니지만 조심해야 해.' 터키 친구는 너무 아름다운 곳이지만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친구의 '너무 아름다운 곳.'이라는 말에 '조심해야 해.'라는 말은 신경 쓰이지도 않았다. 터키 친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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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탈리아 마지막이 아쉽지 않았던 이유
안탈리아에 투자하기로 한 시간은 딱 4일이었고 다른 도시로 이동해야 하는 마지막 날을 제외하면 딱 하루가 남은 날이었다. 안탈리아와 안탈리아 주변으로 둘러볼 곳은 많았다. 그중에 관심이 쏠렸던 곳은 그리스 신화 속 신들이 살았던 올림포스 산과 꺼지지 않는 불꽃이 있는 산 키메라였다. 하지만 비수기 때의 여행은 선택지를 제한적으로 만들었다. 발품 팔며 들렀던 모든 여행사에서 일반 투어는 일정 인원이 차야 진행이 가능해 비수기에는 진행이 어렵지만 프라이빗 투어는 가능하다고 했는데 그마저도 깃털 같은 주머니 사정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었다. 가이드의 세세한 설명이 함께하는 투어는 결론적으로 불가능했다. 숙소의 인터넷을 이용해 차선책을 검색하고 있을 때 휴대전화가 떨었다. 평소에 항상 얌전했던 휴대전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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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탈리아 공감대
원래 안탈리아를 지나 알라니아에 가서 서핑을 하려고 했다. 터키 친구가 연결해 준 서핑숍에서 이제 파도가 없어 서핑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을 했고 안탈리아로 가기로 했다. 무계획을 지향하지만 목적지가 정해지면 이따금씩 알아보는 편이라 버스 터미널에서 안탈리아를 검색했고 '터키 최고의 관광지', '300일 이상 화창한 지중해 도시', '아름다운 유적지와 올드 타운'이라고 사람들이 비유한 안탈리아로 출발했다. 4시간 정도 걸려 도착한 안탈리아는 현대식 트램과 나란히 달리는 버스들 너머로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방문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하드리아누스 문이 보이고 그 옆에는 스타벅스가 있었다. 오래된 성벽으로 둘러 쌓인 구시가지 칼레이치에서는 일렉트로닉 기타와 드럼 소리가 울리는 펍이 있었다. 간단하게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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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푸타스 해변
카쉬에서의 두 번째 날 하얀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 덕에 알람이 울리기 전에 일어났다. 기지개를 켜고 발코니로 나갔을 때 전날 늦은 오후와 다르게 한산해 보이는 작은 광장과 항구가 보였다. 아이보리 색 건물의 외벽들은 햇빛이 반사되어 저절로 눈썹과 광댓살을 눈 주위로 모이게 했다. 몇 분간 멍하니 풍경을 바라보다가 숙소의 무선 인터넷을 연결해 며칠 만에 '문명의 맛' SNS 속에서 허우적 대다 우연히 카푸타스 해변의 사진을 봤고 지금 내가 있는 곳과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는 것을 알았다. 카푸타스 해변의 사진에는 '사랑스러운 해변', '멋진 해변'과 같은 헤시 태그들이 줄지어 달려있었다. '가자.' 마음의 결정이 서자마자 채비를 하고 나가서 카푸타스 해변으로 가는 버스를 알아봤다. 지도 상으로 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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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사람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지중해에 대한 환상이 있다. 유럽과 아시아 그리고 아프리카 대륙에 둘러 쌓인 이 바다는 프랑스의 몽쉘미셸과 스페인의 이비자, 이탈리아의 아말피와 친퀘테레, '꽃보다 청춘'으로 유명해진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와 스플리트 등 아름다운 도시들과 함께 빛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짐을 꾸리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에 놓인 터키도 지중해를 품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나는 터키의 에게해 연안을 지나 터키 남부 지중해 연안으로 이동하고 있었고 터키 친구는 보드룸이라는 곳과 카쉬라는 곳을 추천했었다. 보드룸은 에게해의 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었고 카쉬는 지중해의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패러글라이딩이라는 목표만 생각하고 달려온 나는 보드룸의 존재를 까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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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날았다.
터키의 남쪽 지중해 연안은 겨울에도 춥지 않다고 터키 친구들이 말했다. 그런데 한국에서의 한파를 수십 년 겪어온 나에게는 춥지 않은 날씨가 아니라 여름 문턱에 들어서기 전 선선은 아니지만 덥지도 않은 딱 늦봄 날씨였다. 욀루데니즈의 바다에 반사되는 햇빛이 따가워 선글라스를 끼고 하늘에 떠있는 패러글라이더 아래를 걸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첫 등교를 할 때, 첫 해외여행 때 공항버스에 올랐을 때 느꼈던 긴장과 두근거림을 오랜만에 느꼈다. 드디어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나는 나 자신이 좀처럼 겁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지냈었다. 하지만 나이 20살에 가까워 놀이기구를 처음 경험해 보고 내가 겁이 많은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놀이공원 자체에 전혀 관심이 없던 터라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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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객? 귀찮지만은 않아
'순례자의 길' '히말라야 트레킹' '쿠바에서 체 게바라처럼 시가 피워보기' '빈 센트 반 고흐의 흔적을 따라가기' '토마스 로시츠키 사인받기' '사하라 사막' . . . 나의 버킷리스트 들이다. 그리고 그중에는 '욀루데니즈 패러글라이딩'이 있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목표를 앞에 두고 지나칠 수 없어 욀루데니즈로 길을 정했다. 먼저 돌무쉬를 타고 파묵칼레에서 데니즐리 버스 터미널로 데니즐리 버스 터미널에서 페티예로 했다. 터키는 대형 버스를 탈 때를 빼고는 버스표를 미리 예매하지 않아도 된다. 돌무쉬는 택시처럼 손을 흔들면 태워주고 직접 동전을 건네면서 세워달라고 하는 곳이 정류장이 된다. 돌무쉬보다 크고 일반 대형 버스보다 작은 중간 사이즈의 버스들은 항상 버스 기사님들이 행선지를 외친다. 내가 갈 곳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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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화의 성
누군가 터키 여행을 이미 했거나 생각 중이라면 '했던' 터키 여행과 '할' 터키 여행들의 계획 안에는 이스탄불, 카파도키아 그리고 파묵칼레는 포함되어 있었거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터키를 상징하는 세 곳의 명소는 눈에 보이는 모습뿐만 아니라 분위기도 달라서 터키의 다양한 모습을 경험하기에 좋다. 5년 전 두 달간의 첫 동유럽 배낭여행에서 마지막 10일 동안 터키를 여행했지만 일정상 카파도키아는 불가능했고 여행의 마지막을 파묵칼레에서 보냈었다. 그리고 5년 만에 파묵칼레를 다시 만나는 길에 올랐다. 파묵칼레는 수천 년이 넘도록 흐른 온천수가 만든 하얀 산이다. 석회성분이 포함된 온천수의 화학적 퇴적 작용으로 만들어졌다. 자연이 만든 아름다운 작품들이 많지만 파묵칼레 같은 작품은 생각보다 지구에서 찾아보기 ..
Travel Pic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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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YALS - LORDE
Royals는 Lorde의 싱글 데뷔곡이다. 2013년도에 나온 이 노래는 빌보드 HOT 100 차트에서 무려 9주 동안 1위의 자리를 지킨다. 이렇게 성곡적인 데뷔는 드문 케이스이기도 하다. 뉴질랜드의 싱어송라이터인 Lorde는 자신만의 색을 가진 음악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렉트로닉을 기반으로 한 특이한 음악이 데뷔와 함께 인정받은 것이다. Lorde 또한 운좋게 뜬 것은 아니다. 어린 시절 친구와 함께 꾸준히 자신의 음악을 단련했고 유니버설 뮤직에 보낸 데모 테이프로 계약하기에 이르는데 고작 12살 때의 일이다. Lorde는 이미 준비된 천재였다. Lorde는 각 나이 때의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자연스럽게 앨범에 녹여내는 능력을 가졌다. 그래서 앨범들은 Lorde의 나이와 비슷한 또래 대중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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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AN HILL - LIPS
콩나물 모양의 무선 이어폰 에어팟이 출시되면서 TV에서 광고가 나오게 됐고 그 광고가 나에게는 충격적이었다. 흑백 화면으로 시작해서 에어팟을 낀 한 명의 흑인이 현란한 풋워크로 시작해서 벽을 타고 다니며 춤을 추는 광고였다. 그리고 광고를 더 좋아하게 된 이유는 배경음악인 Marian Hill의 Down 때문이었다. 노래를 들어보면 Marian Hill의 노래는 특이하다. 아니 색깔이 분명하다. 일렉트로닉 음악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전혀 일렉트로닉 적이지 않은 현악기와 재즈 색소폰 등 어쿠스틱적인 소리들을 아주 기가 막히게 사용한다. 에어팟 광고에 쓰인 Down을 예로 피아노를 시작으로 잔잔한 흐름으로 전개되다가 베이스가 강조된 강렬한 드럼이 들어오고 드럼이 연주되기 시작하면서 한층 더 리듬감 있고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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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ENA VISTA SOCIAL CLUB - CHAN CHAN
어떤 여행이든 내가 듣는 노래가 있다. 그 노래는 Buena Vista Social Club의 Chan Chan이다. 어렸을 때부터 체 게바라 평전, 체 게바라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보면서 여행에 대한 꿈을 키웠고 특정 사상적인 측면을 제외한 체 게바라의 도전과 모험 같은 삶을 항상 동경해 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쿠바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쿠바를 여행하며 체 게바라 같이 시가 피워보기.'가 버킷리스트 중 한 가지가 되었다. Buena Vista Social Club은 쿠바 음악의 전성기인 1930년대에서 1940년대 아바나의 고급 사교 클럽을 의미하는 이름이었다. 그때가 쿠바 음악의 황금기였고 카스트로 정권이 들어선 이후 차츰 사회주의 색채가 강한 음악들이 자리잡기 시작했고 이전의 쿠바 음악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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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XTENTASION - MOONLIGHT
많은 사람들은 XXXTENTASION을 '악마의 재능이라 불렀다. 감금과 폭행, 강도 전과가 있어 미국 내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음악적인 재능에는 그 누구도 비난할 수 없을 것이다. XXXTENTASION은 'Look at me'라는 곡이 유튜브와 사운드 클라우드에서 화재가 되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한다. 일반적인 음악과 달리 80년대와 90년대의 Lo-fi한 색깔을 보인다. Lo-fi는 저음질을 의미하기도 하고 의도적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느낌을 주는 사운드를 말한다.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듯한 사운드의 비트와 XXXTENTASION의 공격적이고 화가 난 듯한 목소리는 팬케익의 시럽과 같다. 'Loot at me'는 The Game의 'Holy water'를 샘플링해 만든 곡으로 우리나라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