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객? 귀찮지만은 않아

2021. 2. 3. 19:15Yoonguevara in Bru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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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의 길'
'히말라야 트레킹'
'쿠바에서 체 게바라처럼 시가 피워보기'
'빈 센트 반 고흐의 흔적을 따라가기'
'토마스 로시츠키 사인받기'
'사하라 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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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버킷리스트 들이다. 그리고 그중에는 '욀루데니즈 패러글라이딩'이 있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목표를 앞에 두고 지나칠 수 없어 욀루데니즈로 길을 정했다. 먼저 돌무쉬를 타고 파묵칼레에서 데니즐리 버스 터미널로 데니즐리 버스 터미널에서 페티예로 했다. 터키는 대형 버스를 탈 때를 빼고는 버스표를 미리 예매하지 않아도 된다. 돌무쉬는 택시처럼 손을 흔들면 태워주고 직접 동전을 건네면서 세워달라고 하는 곳이 정류장이 된다. 돌무쉬보다 크고 일반 대형 버스보다 작은 중간 사이즈의 버스들은 항상 버스 기사님들이 행선지를 외친다. 내가 갈 곳을 외치는 기사님에게 가서 계산을 하면 손바닥 반만 버스표를 끊어 준다.
"페티예, 페티예."
 페티예를 외치는 기사님을 찾았고 출발 15분 전이라는 반가운 이야기도 들었다. 

 욀루데니즈는 페티예에 도착해서 다시 30분 정도 돌무쉬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아주 작은 소도시이다. 이 작은 곳을 세계의 여행자들이 찾는 이유는 딱 한 가지 패러글라이딩이다. 패러글라이딩 세계 3대 명소 중 한 곳인 욀루데니즈는 하늘을 닮은 블루 라군과 아이보리색 모래가 깔린 해변 그리고 이 둘을 Babadağ산이 있는 산맥이 감싸고 있다. 이 모든 것을 Babadağ산을 출발지로 패러글라이더를 타며 하늘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

 5시간 걸려 도착한 욀루데니즈는 파묵칼레보다 시끌벅적했다. 욀루데니즈 해변으로 지는 해를 보며 저녁을 먹기 위해 레스토랑에는 사람들이 꽉 차 있었고 해변 가까이 자리 잡은 펍에는 맥주와 칵테일 즐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보다 장관이 었던 건 패러글라이더 수십 개가 착륙을 위해 레스토랑 위로 해변의 펍 위로 날고 있는 모습이었다. '역시 패러글라이딩의 성지야.' 하는 생각이 절로 나게 할 정도였다.

 패러글라이딩으로 터키 내에서가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욀루데니즈에는 많은 패러글라이딩 샵이 있고 누가 봐도 여행객인 나에게 역시나 패러글라이딩 샵의 직원은 말을 걸어왔다. 호객이라고 말하는 이 상업적인 행동을 나는 특정한 경우를 빼고는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생업이기도 하거니와 지금 같은 불경기에는 누구보다 절실한 밥줄이라는 것도 이유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귀찮고 짜증 나는 이 호객이 나에게는 현지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하나의 창구였다. 

"안녕? 반가워. 어디서 왔어?"
"반가워. 한국에서 왔어."
"오 한국? 형제의 나라! 오늘 온 거야?"
"파묵칼레에서 2시간 전에 도착했어. 나는 터키를 여행하는 중이야."
"지금 한국사람들 터키에 올 수 있어?"
"응. 그런데 난 50%는 터키 사람이야."
"너 부모님 중에 터키 사람이 있어?"
"아니, 하루에 차이 3잔 마시고 횡단보도에서 빨간불인데도 차가 없으면 무단 횡단해."
"하하하하하하하하. 너 진짜 재밌는 애구나? 맞아. 넌 터키 사람이야."

 하루의 시작과 마무리를 차이와 함께하고 차 없는 도로 위 횡단보도에서 파란불을 기다리던 나에게 빨간불인데도 건너도 된다며 따라오라고 하던 터키 사람들의 모습을 소재로 장난을 쳤다. 그 친구는 크게 웃었고 너 같은 한국인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친구는 패러글라이딩에 대해 물어봤고 나의 일정에 맞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근처의 다른 샵의 일정을 확인해줬다. 이 일로 욀루데니즈에 머무는 3일 동안 지나치며 인사하는 사이가 되었다.

 여행을 하면서 호객이 적은 곳은 있지만 없는 곳은 없었다. 물론 짜증 나고 귀찮을 수도 있다. 조용히 즐기는 여행에 갑자기 끼어든 불청객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호객하는 이가 노골적이지 않고 지나치지 않다면 한 번쯤은 작은 대화를 주고받아보길 추천한다. 

의외의 작은 인연은 여행에서의 외로움을 덜어 준다.

 나는 그 친구가 추천해준 패러글라이딩 샵에서 인터넷으로 검색한 가격보다 더 싸게 패러글라이딩을 예약하고 저녁을 먹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욀루데니즈 하늘에 뜬 달을 보며 Rocco Hunt와 Ana Mena가 함께 부른 베이스 기타의 전개가 매력적인 이탈리아 노래 A un passo dalla luna(달에서의 한걸음)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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