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IAN HILL - LIPS

 콩나물 모양의 무선 이어폰 에어팟이 출시되면서 TV에서 광고가 나오게 됐고 그 광고가 나에게는 충격적이었다. 흑백 화면으로 시작해서 에어팟을 낀 한 명의 흑인이 현란한 풋워크로 시작해서 벽을 타고 다니며 춤을 추는 광고였다. 그리고 광고를 더 좋아하게 된 이유는 배경음악인 Marian Hill의 Down 때문이었다.

 노래를 들어보면 Marian Hill의 노래는 특이하다. 아니 색깔이 분명하다. 일렉트로닉 음악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전혀 일렉트로닉 적이지 않은 현악기와 재즈 색소폰 등 어쿠스틱적인 소리들을 아주 기가 막히게 사용한다. 에어팟 광고에 쓰인 Down을 예로 피아노를 시작으로 잔잔한 흐름으로 전개되다가 베이스가 강조된 강렬한 드럼이 들어오고 드럼이 연주되기 시작하면서 한층 더 리듬감 있고 스타일리시한 음악으로 변한다.  Marian Hill의 음악을 들으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돋보인다고 생각하는 점은 보컬의 목소리를 샘플링해 같은 가사를 반복적으로 사용하지만 지루하지 않고 다른 음악들 보다 훨씬 더 현대적이고 멋스럽다는 것이다. 

 Marian Hill는 데뷔부터 성공한 것은 아니다. 2013년도부터 애플의 아이팟 광고로 주목받기까지 꾸준하고 성실하게 작업을 해왔다. '광고하나 잘찍어서 대박 났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하지만 Marian Hill은 이미 준비돼 있는 뮤지션이었다. 자신들의 색깔 또한 뚜렷했고 그 색깔은 여태껏 봐왔던 색이 아니었다. 조용하고 감각적이면서 스타일리시한 음악을 찾는다면 Marian Hill의 음악을 들어보길 추천한다. 그중에서도 위 영상의 Lips라는 노래는 나의 최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