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onguevara in Brunch(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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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객? 귀찮지만은 않아
'순례자의 길' '히말라야 트레킹' '쿠바에서 체 게바라처럼 시가 피워보기' '빈 센트 반 고흐의 흔적을 따라가기' '토마스 로시츠키 사인받기' '사하라 사막' . . . 나의 버킷리스트 들이다. 그리고 그중에는 '욀루데니즈 패러글라이딩'이 있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목표를 앞에 두고 지나칠 수 없어 욀루데니즈로 길을 정했다. 먼저 돌무쉬를 타고 파묵칼레에서 데니즐리 버스 터미널로 데니즐리 버스 터미널에서 페티예로 했다. 터키는 대형 버스를 탈 때를 빼고는 버스표를 미리 예매하지 않아도 된다. 돌무쉬는 택시처럼 손을 흔들면 태워주고 직접 동전을 건네면서 세워달라고 하는 곳이 정류장이 된다. 돌무쉬보다 크고 일반 대형 버스보다 작은 중간 사이즈의 버스들은 항상 버스 기사님들이 행선지를 외친다. 내가 갈 곳을..
2021.02.03 -
목화의 성
누군가 터키 여행을 이미 했거나 생각 중이라면 '했던' 터키 여행과 '할' 터키 여행들의 계획 안에는 이스탄불, 카파도키아 그리고 파묵칼레는 포함되어 있었거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터키를 상징하는 세 곳의 명소는 눈에 보이는 모습뿐만 아니라 분위기도 달라서 터키의 다양한 모습을 경험하기에 좋다. 5년 전 두 달간의 첫 동유럽 배낭여행에서 마지막 10일 동안 터키를 여행했지만 일정상 카파도키아는 불가능했고 여행의 마지막을 파묵칼레에서 보냈었다. 그리고 5년 만에 파묵칼레를 다시 만나는 길에 올랐다. 파묵칼레는 수천 년이 넘도록 흐른 온천수가 만든 하얀 산이다. 석회성분이 포함된 온천수의 화학적 퇴적 작용으로 만들어졌다. 자연이 만든 아름다운 작품들이 많지만 파묵칼레 같은 작품은 생각보다 지구에서 찾아보기 ..
2021.01.28 -
한국인이라 창피했다.
"나 이제 한국이 싫어질 것 같아." 지진을 겪은 후 이틀이 지난 아침 터키 친구들이 하나 같이 보낸 문자 메시지이다. 한국이 좋아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친구도, 한국이 좋아서 한국인 여행자들에게 대가 없이 도움을 주는 친구도, 한국인 남자 친구와 결혼을 생각 중인 친구도 같은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물었다. "왜? 무슨 일이야." 터키 지진을 다룬 우리나라 인터넷 기사 댓글을 캡처한 사진들이 물음에 대한 대답이었다. '터키도 이슬람이잖아?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은 죽어도 괜찮아.' 몇몇 사람들은 이슬람을 믿는 무슬림 전체를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로 일컬으며 지진으로 인한 터키 사람의 죽음을 합당하다고 말했다. 한 동안 저런 댓글들이 상단에 머물러 있었고 한..
2021.01.23 -
인샬라
인샬라는 '신의 뜻대로' 혹은 '알라의 뜻대로'라는 의미이다. 나에게 인샬라는 물음표를 잔뜩 띄워 던진 말에 게으르게 돌아왔던 부메랑이었다. 이번 여행 첫 숙소에서 건물 전체의 인터넷이 끊겨 어떻게 해야 되냐고 물었을 때, 예약한 투어 날짜의 일기예보가 먹구름과 빗방울이었을 때, 에어비엔비 호스트를 처음 만나던 날 왜 늦게 왔냐고 물었을 때 '어쩌겠어.'라는 표정과 인샬라는 함께였다. 그래서 인샬라를 우리나라의 '내가 그런 거 아니야.'정도의 핑곗거리로 생각했다. "인샬라." 배낭을 메고 이스탄불을 떠나려는 나에게 호스트가 가슴에 손을 올리며 마지막으로 건넨 인사도 인샬라였다. 그때 알았다. 인샬라는 핑곗거리가 아니란 걸. 깊이는 정확히 이해할 수 없지만 그의 표정과 몸짓이 나의 여행이 행복하길 바란다고..
2021.01.21 -
가장 높은 곳에서
갈라타 타워로 가는 길은 항상 북적거린다. 보스포루스 해협을 가르는 갈라타 다리 위에는 고등어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다리의 시작부터 끝까지 지네 발처럼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고 다리 밑에는 레스토랑과 카페들이 줄지어있다. 아시아 지구와 유럽 지구를 이어주는 배가 시간에 맞춰 드나드는 카라쾨이 항구는 항상 사람들로 꽉 차 있다. 각종 농기구와 건설용 자재 가게들이 많아 이리저리 대차가 움직이고 신식 트램과 자동차의 경적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테르사네 도로를 건너 145년째 운행 중인 오래된 지하철 튀넬 역을 지나 고등어를 굽는 비릿하지만 고소한 냄새를 뒤로하고 걷다 보면 갈라타 타워로 가는 언덕길이 보인다. 길 좌우로는 분위기 있는 카페와 바들이 줄지어 있고 건물과 건물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은 길을 노랗게 ..
2021.01.12 -
변화의 중심에서
아야 소피아 아야 소피아는 이스탄불의 상징이다. 아니 적어도 나 같은 여행 성애자들에게는 프랑스는 에펠탑, 이집트는 피라미드라면 터키는 아야 소피아다. 둥근 지붕과 양옆으로 뾰족하게 솟은 미나렛은 이슬람 모스크와 비슷한 모양새다. 빛바랜 외벽으로 서로 색이 다른 미나렛과 서있는 아야 소피아는 눈으로 휙휙 훑기만 하는 눈팅 관광객에게는 한없이 초라해 보일지도 모른다. 하얗게 빛나는 외벽에 푸른색 지붕과 황금빛으로 장식된 맞은편 블루 모스크에 비하면 말이다. 누군가 나에게 '블루모스크가 더 멋있는데?'라고 한다면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반사신경으로 반박할 것이다. '모르는 소리.'라고. 이래 봬도 아야 소피아는 '비잔틴 건축 양식의 최고 걸작'으로 찬사를 받는다. [미나렛은 이슬람 모스크에 있는 높은 첨탑이..
2021.01.08